생사불명 야샤르
터키 최고의 이야기꾼이 입담 하나로 창조해낸 거짓말 같은 현실 세계, 실제 같은 허구 세계!
터키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작가이자 터키의 대표 지성知性으로 손꼽히는 아지즈 네신(1915-1995)은 한국의 황석영과 같은 작가이다. 작품의 빼어남은 물론이요 수차례 수감과 유배를 당하면서도 독재에 항거하는 측면에서 그렇다. 터키인들 중에서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고, “완전히 아지즈 네신의 소설이군”이라는 관용어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백여 편에 달하는 그의 작품이 이처럼 대중들에게 널리 읽히고 사랑받는 이유는 탄탄한 이야기와 날카로운 풍자라고 할 수 있는데, 터키 풍자 문학사를 논할 때 네신의 작품들을 기준으로 전?후기를 가를 만큼 그의 문학 세계는 높이 평가받고 있다. 뛰어난 입담과 흡입력 강한 서사로 구비문학의 전통이 강한 터키문학 전통의 정점에 있는 그의 작품들은 세계적으로도 문학성을 크게 인정받아, 이탈리아와 러시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지에서 수여하는 황금 종려상?황금 고슴도치상과 같은 풍자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였다.
가벼운 소설의 시대에 문학의 진정성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작가!
아지즈 네신은 국내에는 아동, 청소년 작품으로 각각《제이넵의 비밀 편지》《당나귀는 당나귀답게》가 소개되었지만 이제 그의 대표작 《생사불명 야샤르》의 출간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정식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얘깃감’이 부족한 국내문학과 가볍고 발랄한 일본문학 작품들 속에서, 독자들이 소설 본연의 재미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이 작품은 문학의 본령인 서사의 힘, 이야기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실험적인 시도와 자아의 내면적인 갈등에 집중한 작품들이 획득하지 못한 ‘깊이’를 그럴듯한 거짓말과 탄탄한 문장으로 길어 올린다. 동시에 포복절도할 웃음 뒤에 숨겨진 ‘풍자’는 현대사회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특히나 정치적인 상황이나 사회 시스템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터키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는 한층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제이넵의 비밀 편지》라는 작품에서 아지즈 네신은 자신의 풍자관을 “풍자는 세계를 웃음거리가 되는 것으로부터 구제해줍니다”라는 짤막한 글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풍자를 통해 세상의 불의와 권위를 비판하면서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그의 노력과 이를 통해 우리 삶의 기반을 더 이상 웃음거리로 만들려 하지 않은 순수한 꿈을 엿볼 수 있다. 아지즈 네신은 작품 속에서 광범위한 사회 계층의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다루면서 각 계층의 언어, 행동양식, 세계관, 감정, 사고를 날카롭게 포착해낸다. 그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부조리와 모순, 현학적인 자기만족을 가차 없이 비판한다. 특히 성숙한 자기비판적인 시선으로 사회 시스템-정치구조, 생계수단, 남녀의 권력 역학 구조, 도시 이주민 문제 등-에서부터 일반 대중들의 무기력하고 위선적인 삶까지 전방위적으로 문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