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이해
디지털 혁명이 진행되고 인터넷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파고들면서 '맥루한 이해(Understanding McLuhan)'의 붐이 일고 있다. 특히 마샬 맥루한의 주저 [미디어의 이해(Understanding Media)]는 이 책이 처음 발간된 1964년보다 1997년 오늘의 현실에 훨씬 큰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네트의 시대, 디지털 시대를 해명하기 위한 실마리를 [미디어의 이해]가 던져주기 때문이다.
"책이 활판 인쇄술 이전으로 돌아가 제작자가 소비자를 겸한 시대로 복귀할 것이며 일정한 주제로 순서를 찾아 구성되는 선형적인 책은 차츰 사라질 것"이라는 맥루한의 예언이 네트의 하이퍼텍스트(hypertext)를 통해 현실로 나타나고, '공간의 소멸'과 '지구촌(Global Village)'에 대한 그의 유토피아적 신비주의가 인터넷을 통해 구현되며, '우리는 도구를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도구가 우리를 만들 것이다'라는 경구가 사실로 드러나는 오늘의 현실 자체가 맥루한 르네상스를 가져온 직접적 원인일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듯 맥루한의 부활이 도처에서 이뤄지고 있다. 맥루한은 1980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맥루한의 중추신경은 전자적으로 확장되어 네티즌 잡지 '와이어드(Wired)'의 후원자로 되살아났으며, 곳곳에서 그의 사상을 네트의 시대에 되살리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94년에는 네트 시대에 그의 저작이 지닌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려는 의도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출판부에서 [미디어의 이해]를 재발간한 바 있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는 미디어의 이해를 비롯해, 구텐베르크의 은하계, 미디어는 맛사지다 등 맥루한의 책을 계속 출간하고 있다.
그러나 죽은 맥루한을 온전하게 되살리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맥루한의 경구들을 인용하는 학자들은 더러 있지만 맥루한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미디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만큼이나 드문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