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즈, 천재들의 생각패턴을 훔치다
“알트슐러는 수만 건의 특허를 분석하고 정리해 그것을 유형화했습니다. 과연 알트슐러 말처럼 창의적인 활동도 규칙성이 있고 보편화가 가능할까요? 저는 이 자리에서 ‘천재란 기술에 규칙을 부여하는 재능이고, 미술은 필연적으로 천재의 기술’이라는 칸트의 말로 그 답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본문 46쪽)
구소련의 특허청에서 근무하던 발명가 겐리흐 알트슐러는 수만 건의 특허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명에도 보편적인 원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인류가 혁신을 위해 보다 새롭고 효율적인 도구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고, 창조를 위한 사고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출된 이론이 트리즈다.
사실 우리는 그 동안 세상을 바꾼 위대한 발견들이 어느 발명가가 가진 고유한 천재성에 의해 갑자기 탄생하는 것으로 인식하곤 했다. 그러나 발견으로 이어지는 길이 꼭 사막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아시스 같은 존재여야만 할까? 아르키메데스가 목욕을 하지 않았더라면 비율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을까? 지도교수도 포기한 아이슈타인은 어떻게 상대성의 원리를 발견했을까?
그 해답은 바로 트리즈에 있었다. 알트슐러는 훈련을 통해 누구나 창의적인 사고를 익히고 증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트리즈는 문제와 해결, 두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모순을 통해 문제의 초점을 좁히는 한편 자원을 폭넓게 살펴 다양한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문제는 현미경으로 보고 자원은 만원경으로 보는 식이다. 이미 많은 선진기업들이 직원들의 창의적 사고훈련을 위해 앞다투어 도입 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소개된 트리즈 관련서들이 어려운 사례와 이론 중심으로 공학 전공자들만의 전유물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점차 트리즈의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되어 가는 시점에서 저자는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방법은 무엇인지 연구했다. 《트리즈, 천재들의 생각패턴을 훔치다》(21세기북스 | 한호택 지음 | 12,000원)는 그러한 저자의 치열한 결과물로서 소설과 이론의 접목이라는 새로운 형식 속에서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트리즈식 생각패턴을 습득하도록 유도했다.
소설 트리즈로 일상의 모순된 문제를 풀어가다
우연히 트리즈 시나리오에 참가하게 된 주인공과 반쪽 나비
우리는 인생의 매순간마다 모순된 상황에 직면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는 경제적 안정성이 두렵고,단순히 사랑만을 선택하기에는 현실적 조건도 무시할 수 없다. 과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만약 트리즈를 일상에 대입한다면?
이 책은 주인공 정한이 우연히 트리즈 시나리오 공모전을 접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트리즈가 뭔지도 몰랐던 그는 상금 5억원과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공모전에 참가한다.
우편물 투입구 앞에 편지가 놓여 있었다. 꿈이 아닌 모양이었다. 발신인도 수신인도 없는 편지였다. 광고지려니 하고 무심코 편지를 개봉하던 정한의 눈앞에 ‘트리즈 드라마 공모’라고 쓰인 안내문이 펼쳐졌다. 정한은 봉투 속에 담겨 있는 나머지 것들도 함께 꺼냈다. 명함 한 장과 반쪽의 나비가 들어 있었다. 명함에는 ‘oo연구소 전문연구원 김지예’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TRIZ Innovation Master’라는 영문직함이 병기되어 있었다. (본문 29쪽)
주인공은 트리즈 시나리오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통해 머릿 속에 자연스럽게 트리즈에 대한 이해가 완성되어 간다. 주인공 정한과 트리즈 전문가 지예, 그리고 그 두 사람을 둘러싼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는 일과 사랑, 꿈에 대한 스토리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던 정한은 지예의 도움을 받아 트리즈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하며 실타래처럼 얽힌 모순들을 풀어간다.
‘글을 쓴다-나를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돈을 벌기 위해’
정한의 단순 이분법적인 고민에 지예는 트리즈의 공식인 STC연산자와 9Windows기법을 알려준다. 지예는 종이 위에 일곱 개의 사각형을 그리고 그 위에 공간(Size), 시간(Time), 비용(Cost)의 의미를 부여한다. 정한은 이 공식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비교 분석함으로써 점차 사고의 범위가 확장됨을 발견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 단지 이미 정리되어 있는 트리즈의 원리대로 생각의 움직임을 맡기자 생각의 조각과 조각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문제의 답안이 도출된 것이다. 정한은 점점 트리즈 이론에 대한 깊은 연구에 빠지고, 일상의 문제를 벗어나 비즈니스까지도 트리즈의 적용범위를 확장한다. 특히 40가지 해결 원리와 39가지 파라미터 등 트리즈의 모순 테이블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복잡한 문제들의 규칙성을 발견해가고 마침내 정한은 희미했던 자신의 꿈에 대한 뚜렷한 윤곽을 잡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