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 사회주의
자본주의를 넘어 국가사회주의의 대안으로서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지향한 길드 사회주의이 책은 20세기 초 영국에서 산업별 노동조합이 대규모 파업을 전개하고 자본주의를 지양하는 노동계급의 급진적 운동이 진행되던 시기에 소련 등 국가사회주의 체제 대신 아래로부터의 상향식 사회주의 이념과 운동을 주창하고 실천하려고 했던 길드 사회주의의 주요 이념과 구상을 이 운동의 절정기에 영국의 사회주의 사상가 G. D. H. 콜이 정리한 것이다.길드 사회주의란 중세 길드의 전통을 이어받아 산업별 자치를 중심에 놓는 비마르크스주의 계열의 사회주의 사상이다. 자본가의 지배가 사라진 사회에서 작업장에 뿌리내리고 산업 전체로 확대되는 노동자들의 자발적 결사체 ‘길드’가 생산 활동을 책임진다는 것이 길드 사회주의의 기본 구상이다. 또한 길드가 생산자의 이해만이 아니라 소비자까지 포괄하는 공동체 전체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자본주의 체제에서처럼 국가기구가 따로 존재할 필요가 없고, 길드의 연합체인 ‘전국 길드’가 기존 국가의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위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의사결정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보건 등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극히 소수의 인원이 대다수 국민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하는 거짓된 대의민주주의에 반해 산업별 자발적 조직인 다양한 길드 평의회를 통해 스스로 자신이 속한 산업과 생활의 모든 부문을 자유롭게 통제하고 주인이 됨으로써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고자 했다. 길드 사회주의는 역사 발전 법칙과 계급투쟁을 논거로 삼는 독일과 러시아의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과는 달리 ‘경제 민주주의’를 지향했는데, 이는 민주주의가 좁은 의미의 정치 영역을 넘어 생산과 소비 영역에서도 대중자치를 실현하자는 것이었다. 자본주의를 넘어서면서도 국가사회주의의 폐단을 지양하는 체제, 즉 진정한 사회주의 또는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지를 풀어가려는 노력으로서 선구적이고 구체적으로 사회 중심 사회주의의 길을 열어간 것이 20세기 초의 이 길드 사회주의 운동이었다.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 산업사회가 자본주의 계급사회나 현실사회주의 관료 사회가 아닌 새로운 미래 사회로 발전해 나아갈 수 있는지의 물음에 대한 성실하고 깊은 고찰의 결과물이자 우리 시대 사회변혁에 대한 희망의 단서를 담은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