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사랑한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현실
최진실, 안재환, 김지후, 장자연…….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스타들이 잇달아 목숨을 버렸다. 그들뿐인가. 우리 곁을 스치고 지나간 그 누군가도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우리는 10년째 자살률 1위 국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사망자 중 51.4%가 자살로 죽었다. 우주로 사람을 보내고 도시가 발달하고 평균 수명이 연장 되었다지만, 정작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쏟다가 정말 중요한 생명의 가치를 잃은 건 아닐까? 성장 논리, 경쟁 논리에 천하보다 귀하다는 생명의 존엄성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다행이다, 우리에게 숲이 있어서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상을 바꿔 가는 1인 환경운동가 최병성이 신통방통한 묘약을 전해 준다. 바로 숲 친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강원도 서강가 숲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깨달은 것을 글과 사진으로 풀었다. 큰개불알풀, 채송화, 나팔꽃, 큰달맞이꽃, 딱새, 딱따구리, 꿩, 다람쥐, 산토끼, 물까마귀 등 이름만 들어도 기분 좋은 숲 친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여 보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나다움을 찾으라는, ‘살아 있음’ 그 자체가 소중하고 행복하다는 숲 친구들의 속삭임이 가슴을 울린다.
얼굴을 땅에 대고 마주한 새싹은, 지금은 비록 연약하지만 이미 우리 안에 한 그루 나무가 있다고 격려한다. 가장 못난 애벌레 모습에서 멋진 날개를 펼치는 나비들은 우리에게도 때가 되면 펼칠 날개가 있다고 위로한다. 서로 쓰다듬고 뽀뽀하며 애정을 나누는 멧비둘기 부부는 사랑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무에게서 잎사귀를 얻어먹지만 결코 욕심 부리지 않는 청설모가 더불어 사는 지혜를 전한다. 느림보 달팽이는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한다. 저마다의 색과 맛과 향을 지닌 나무 열매들은 나다움을 찾는 게 행복이라고 충고한다. 모두 떠난 쓸쓸한 가을 숲을 향기롭게 하는 들국화들은 자신의 때를 기다리라고 이야기한다. 서리가 맺혀도 꿋꿋하게 꽃을 피운 민들레는 희망은 스스로 일구는 것이라 당부한다.
숲 친구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를 응원한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다 해도, 여전히 우리에겐 사랑이 있다고. 희망이 있다고. 생명이 있다고.
다시 세상을 향해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산업 폐기물 시멘트 논란의 중심에 저자 최병성이 있다. 그는 어느 단체에 속하지 않은 1인 환경운동가이자 생태교육가이다. 서강가 숲에 살던 그가 ‘재활용 시멘트의 해악’이라는 거대한 문제를 들고 세상에 나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촉구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2006년부터 산업 폐기물 시멘트가 사람들 건강에 미치는 문제점을 조사하고, 언론 기고를 통해 그 심각성을 알렸다. 사비를 털어 자료를 수집하고, 시멘트 제품에 포함된 유해 중금속과 발암 물질을 분석, 의뢰하기도 했으며, 유해성 산업 폐기물이 시멘트 공장에 반입되는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여러 날 잠복하기도 했다. 3여 년의 노력 덕택에 많은 언론과 국회와 감사원까지 움직였으며 근본적 해결을 위한 길을 열었다.
홀로 당당하게 그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숲이 가르쳐 준 ‘생명’의 가치 때문이었다. 생명이란 크고 작음을 떠나 모두 아름답고 우선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에 힘과 용기를 얻었던 것이다.
그는 《알면 사랑한다》를 통해 행복이 가득한 그 숲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 초록의 생명에 눈뜨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행복해질 터이니, 이제 그의 초대에 기쁘게 응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