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토리 이야기
일본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
‘카구야 공주 이야기’로도 불리는 고대소설 『다케토리 이야기』는 일본문학의 뿌리와 같은 작품이다. 설화이지만 구전이 아니라 기록문학으로서 존재하기에 문학적 가치는 매우 높다. 하지만 언제 완성됐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 누가 썼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무로마치 시대의 고코곤 천황이 썼다는 사본만이 첫 책으로 전해 내려올 뿐이다.
이야기는 아이가 없는 노 부부가 어느 날 대나무에서 나온 엄지만한 여자아이를 데려다 키우면서 시작된다. 이후 금세 자란 그 여자아이의 아리따운 외모에 많은 사람들이 반하고 구애를 하지만 모두 거절을 한다. 이유는 달나라에서 왔기 때문으로, 그녀는 이내 노 부부만 남기고 인간세상을 홀연히 떠난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명장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20대 젊은 시절부터 『다케토리 이야기』를 “제대로 한 번 만들어 봐야할 작품”라며 오랫동안 애니메이션화를 꿈꾸었다. 그리고 고희가 된 2005년 마침내 제작을 결정, 7년이 지난 2013년 가을에 개봉을 맞이한다.
일본인의 생각과 정서가 함축된 고대문학의 백미
『다케토리 이야기』는 고대소설의 시조임에도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화가 전해지는 과정에서 급성장, 치부장자, 구혼난제, 승천, 지명유래 등 구전문학의 많은 구성요소들이 두루 갖춰졌기 때문이다. 대나무에서 작은 아이가 나오는 설정은 ‘대나무 공주’, 죽순동자‘ 등 일본의 다른 옛 이야기들과 쏙 빼닮았다. 『곤자쿠 이야기집』 31권에는 『다케토리 이야기』보다 단순하지만 같은 소재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쪽에도 비슷 유형의 옛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 그 중 ’반죽 아씨‘는 『다케토리 이야기』와 거의 흡사해 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논쟁을 일으킨다.
일본에서 대나무는 일상생활에서 가까운 식물이면서도 예부터 신이 깃들거나 마법을 가진 사물로 인식되어왔기에 구전문학에서는 매우 친근한 소재다. 무엇보다 옛 일본인들이 추구했던 인간관, 자연관, 종교관 등이 모두 담겨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후세의 이야기 문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야기가 문자화하여 1천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겨 읽는 고전문학이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브리로 고전읽기’ 전자책 시리즈 - 비주얼세대의 문학 읽기를 위한 좀 특별한 제안
디지털 영상시대에 점점 외면 받는 고전문학들. 하지만 읽을 수 있는 동기가 제대로 부여된다면 책 읽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지브리로 고전읽기’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통해 고전문학을 좀 편하게 접하도록 작은 동기를 부여하려고 한다. 독서 자체를 싫어하는 비주얼세대에게는 책 읽기에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 하나로서 세계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스튜디오 지브리. 그곳에서 제작된 영상들은 상상력이 넘쳐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목할 것은 그 원천이 대부분 세계의 고전이란 사실이다.
‘지브리로 고전읽기’는 이 점에 착안, 지브리 작품은 물론이고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양 감독이 과거에 창작하면서 원전으로 사용했거나 영향 받은 고전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독자들과 함께 그 놀라운 상상력의 뿌리를 탐독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