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몰카
‘도가니’ 뒤에는
진실의 몰카가 있었다
2005년 10월 27일, 전남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에 잠입했다. 이 학교에서 행정실장과 전도사, 교사들이 10년 넘게 듣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제보가 있었다. 성폭력을 가하고 컵라면으로 무마하고, 인터넷으로 포르노를 보다가 학생들이 들여다보면 성기를 흔들어 보이고, 어떤 교사는 여학생이 숙제를 안 했거나 잘못한 일이 있으면 벌이라며 강제로 입을 맞추기까지 했다고.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 몰랐을까?
이 학교에 아이를 전학시키려는 학부모로 위장해 들어가보기로 했다. 전날 교무주임과 통화해 방문 약속을 잡았다.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나오는데 교무주임이 따라 나왔다. 이때다 싶어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그런데요, 제가 인터넷카페에 들어가 다른 엄마들이랑 얘길 나눴는데 아이를 이 학교에 전학시키려고 한다니까 여기 무슨 시끄러운 일이 있었다고 하던데요?”
“아, 그거요? 행정실장이 아이들을 성폭행했다고. 그래서 교장과 행정실장이 사표를 냈어요. 사립이라 족벌체제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거 같아요. 학부모들은 이번 기회에 공립으로 바꾸자고 하는데…….”
성폭행 사실이 있었음을 학교 측이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이 발언은 방송이 나간 후 수사를 재개하는 단초가 되었다.
“선생님도 이사장님 친척이세요?”
“아뇨, 저는 아무 상관없어요.”
인사하고 나와 다시 학교 곳곳을 다니며 돌에 새겨진 글씨까지 필요한 것들을 촬영했다. 차가 있는 곳으로 갔는데 차가 보이지 않았다. 조연출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의심하는 눈이 많아 산 속에 숨어 있었다고 했다. 조연출은 촬영 테이프를 틀어보면서 “아줌마니까 찍지 다른 사람은 못 찍어요.” 했다.
방송이 나가자 중단되었던 수사가 본격적으로 재개되었다. 한참 후에 들은 소식으로는 가해자들이 보호자들을 찾아다니며 약간의 돈을 주고 해결했다고. 저항할 능력이 없는 장애아들을 상대로 그것도 교육기관 안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은 생각보다 쉽게 잊혀졌다.
몇 년 후에 공지영 작가가 이 사건을 《도가니》라는 소설로 부활시켰다. 방송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도가니》가 흥행했다.
많은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다.
몇몇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없다.
-에이브러햄 링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