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
문화사학자 신정일 마음에 새긴
고향·사람·예술이야기
“걷고 느끼고 사랑하라.”
가난했지만 지금 뒤돌아 생각해보면
‘슬프도록 아름다운 시절’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신정일의 인생 독학기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봐야 진정한 삶을 깨닫게 될까
“사람은 저마다 다른 꽃이다”
저마다 다른 형상을 가지고 저마다 다른 향기를 발산하며 다만 운명적으로 정해진 그 길을 걸어갈 뿐이다.
“그가 걸어온 길에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에는 대한민국 산천이 자신의 스승이라고 자부하는 신정일의 역사와 그 속에 살아 있는 자연이 있다.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 걷고 또 걸었던 산길, 학교와 도서관으로 삼았던 모든 자연 등이 그의 성장과 함께했다. 그의 사적인 추억을 글과 함께 사진으로 되짚어 가다 보면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산천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마다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신정일은 생각했다. 내 삶은 왜 이렇게 지리멸렬할까, 하고.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것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었다고 말한다. 신정일은 자신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시절을 통해 현재의 삶을 힘겨워하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고, 그러니 “너무 고통스러워하지 말라”는 투박하지만 따스한 위로를 던진다.
“삶은 한 번쯤 되돌아볼 때 깨닫게 된다”
신정일을 생각한다.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운명에 대해 저절로 알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신을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충분히 겪고, 충분히 아파하고, 충분히 살아냈을 때, 그리고 살아낸 그 시간을 진솔하게 되돌아봤을 때에야 겨우 인생이 가진 의미의 작은 조각을 던져준다.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신정일은 오늘도 말한다. “앞으로도 계속 비몽사몽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진정한 삶을 깨닫기 위해 자문할 것”이라고…….
명사들이 본 신정일
그는 가장 현장적이고 집요한 민족민중사상가로서 현존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나는 그를 ‘발로 쓰는 민족민중사상가’라고 부른다.
- 김지하 시인
그가 일을 벌이고, 곳곳에 많은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심어준 것이 옳다고 믿으면 주저함이 없이 행함으로써 행복한 것이다.
- 김용택 시인
신정일 선생은 ‘이 땅의 산천이 곧 책이고 길이었고,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이 나의 스승이었다’고 깨닫는다. 오늘도 멈추지 않고 길을 나서는 그는 ‘길의 시인’이다.
- 도종환 시인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이 땅의 길과 강의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애쓰는 신정일 소장을 우리 시대는 또 하나의 희망으로 기억할 것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
우리나라 길 걷기의 원조는 신정일 선생님이십니다.
-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내가 아는 신정일 형은 우리 문화에 대한 탐구심 하나로 사는 사람이다.
- 안도현 시인
그는 현시대에 넘쳐나는 위선적 명망가와는 달리 말과 행동의 일치를 추구한다.
- 이덕일(역사학자)
그의 ‘발 글’은 초연하게 그 강들을 향해 줄 곧 나아가고 있습니다. 발길을 좇아 쓴 발 글은 한 편의 온전한 베 짜기이자 도저하게 흐르는 강물입니다.
- 임재해(민속학자)
무학력의 정신이 신정일로 하여금 전국의 산하를 걷도록 만들었다. 그는 학벌도 없고, 조직의 보호도 없었고, 월급도 없는 삶을 이제까지 살아왔다. 뚝심 하나로 밀어붙였다.
- 조용헌(강호동양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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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철학자 ‘우리땅 걷기’ 대표 신정일
- 너털너털 걸으며 나와 마주하다
시인 도종환은 그를 ‘길의 시인’이라 불렀고, 박원순 서울 시장은 ‘강과 길의 철학자’라 불렀다. 어떤 이는 ‘현대판 김정호’, ‘신삿갓’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낭만적인 수식어는 모두 ‘우리 땅 걷기’ 대표이자 문화사학자 신정일 씨를 부르는 이름이다. ‘새끼 노루처럼 걷는다’는 말을 들을 만큼 흐느적 걷는 걸음걸이이지만, 그의 다부진 두발은 우리나라 전 국토 구석구석 안 닿은 곳이 없다.
(……)
길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삶을 체험한 그의 얼굴은 구불구불한 길을 닮아 있다.
2012년 8월 8일, [경기일보], 정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