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선데이 타임스, 이코노미스트가 뽑은 올해 최고의 책
“스릴러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소네트처럼 섬세하게 짜인 책”
4,000년에 걸친 서양 문화의 탄생과 궤적을 추적한 역작!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2014 이코노미스트, 선데이 타임스, 커커스 리뷰, 텔레그래프 ‘올해의 책’
2014 아이리시 타임스, 스펙테이터, 뉴스테이츠먼 ‘올해의 책’
2014 새뮤얼존슨상 후보작
“호메로스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호메로스가 중요한가?”
이야기가 탄생하고 사유가 시작되고 문명이 태동한 순간에서
원전이 구전되고 번역되고 서양 정신을 형성하기까지
그 4,000년의 시간을 관통하다!
서양에서 문자로 기록된 최초의 문학 작품이자 서양 정신의 출발점으로 일컬어지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 두 서사시의 작가로 여겨지는 호메로스에 대해서도, 그리고 이 두 작품이 서양사에서 왜 그렇게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시절, 학교 그리스어 시간에 처음 만난 호메로스는 따분하고 멀게만 느껴졌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기쁜 마음으로 호메로스와 작별했다. 변화가 찾아온 건 시간이 한참 지나 그가 중년이 된 어느 해 여름. 배로 거친 북대서양을 항해하다 우연히 읽은 『오디세이아』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운명과 인간의 조건에 대해, 그 어떤 책에서도 읽어보지 못했던 손상되지 않은 진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깨달음이 그를 후려쳤다. 인생의 안내서를 만난 그는 그로부터 10여 년간 호메로스에 얽힌 수수께끼와 의미를 밝히기 위해 온갖 관련 서적을 섭렵하고, 호메로스의 자취가 남아 있는 유럽 전역을 탐사한 끝에 이 책을 완성했다.
운명이 우리 인생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얼마나 냉혹한지, 인간다움이란 어떤 것이고 그것은 또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실존에는 어느 정도의 고통이 따르는지에 관해서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풀어놓는 전쟁과 고난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속삭인다.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 지중해 동쪽에서 품었던 생각들이 아직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을 발휘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체 무슨 연유로 그토록 머나먼 곳의 이야기가 이다지도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 책은 ‘호메로스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호메로스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통해 문학이 탄생하고 문화가 태동한 순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리고 호메로스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들을 마치 추리소설처럼 추적하면서, 두 서사시가 담고 있는 세계관이 어떻게 다르고, 호메로스가 어떻게 유럽에 전파되고 서양 문학과 정신의 토대를 구축했는지, 그리고 번역과 오역에 얽힌 기나긴 논쟁과 호메로스의 문학사적 가치에 대한 어긋난 평가들에 이르기까지 그 웅장하고 내밀한 역사를 세세하게 들려준다.
출간 시 영국과 미국의 유력 언론들로부터 극찬을 받고, 이코노미스트, 선데이 타임스, 커커스 리뷰, 텔레그래프 등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호메로스에 대한 찬미이자 운명과 인간의 실존에 대한 해설이다. 문학, 역사, 예술, 고고학, 지리학, 신화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서술을 바탕으로, 욕망, 광기, 명예, 폭력, 사랑, 죽음, 모험, 비극, 복수, 정의 등 서양 문학을 규정하는 가치들의 원형을 탐색한 이 책은 하나의 문학 작품이 어떻게 현재 유럽인의 사유 방식과 문화를 일구어냈는지를 유려한 문체로 증명하고 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기원은?
호메로스에 얽힌 오해와 진실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 전후에 창작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호메로스 서사시에 들어 있는 다양한 언어의 흔적들과 고고학적 증거를 들어, 호메로스의 기원은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던 기원전 2000년 전후 수세기에 걸쳐 생겨난 것이라고 본다. 호메로스의 작품은 유라시아 초원지대의 반(半)유목민적 문화의 특성인 영웅주의 문화가 중심인 세계와, 지중해 동부의 중앙집권적이고 체계가 잘 잡힌 세련된 도시문화가 중심인 세계가 만나서 초기 그리스 문명이 탄생하던 순간에 생겨난 이야기로, 상반된 두 문화의 충돌로 인해 기존의 원칙들이 흔들리면서 생겨난 질문들에 대해 직접 응답하고자 한 의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두 서사시는 호메로스라는 한 개인이 쓴 작품이라기보다는 수세기에 걸쳐 구전으로 전해져 오던 이야기가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창작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지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적으로 남아 있는 다양한 기록들을 제시하면서 호메로스에 관한 일치하지 않는 의견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 기원전 2세기경 서사시의 번역과 보전을 맡은 알렉산드리아의 학자들에 의해서 호메로스가 어떻게 편집되고 변형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호메로스에 관한 이야기라면 신뢰할 만한 게 하나도 없다. 그가 태어난 장소, 부모, 인생 이야기, 연애, 심지어 그가 실제로 존재했는지의 여부조차도 말이다. 예를 들어 19세기의 번역가 새뮤얼 버틀러는 호메로스가 젊은 여자였음에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인 사항들에 관한 설명이 너무 정교하다는 이유와 또 『오디세이아』에는 ‘배의 키가 양쪽 끝에 두 개가 달려 있다’는 언급이 두 번 나오는데 이는 여자가 저지를법한 실수가 분명하다는 것이 그 근거다. 호메로스가 맹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오지만, 이것도 호메로스란 단어가 레스보스 섬의 방언에서 맹인이란 뜻을 가진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말도 안돼 보이는 일들이 넘쳐났다. 그리스어를 읽지 못했던 중세 이탈리아 사람들은 『일리아스』 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행운을 비는 뜻으로 책에 키스를 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자신이 『오디세이아』 번역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는데,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그리스어 교수들과 달리 자신은 “많은 사람들을 죽여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에 피를 묻혀보지 않고서는 호메로스를 읽어봤자 얻을 게 없다는 것이다.
호메로스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것
세계관의 충돌과 인생의 지침서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흑해 북쪽 초원지대의 영웅주의와 지중해 동부의 중앙집권적인 도시문화의 충돌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은 두 서사시의 차이도 설명한다. 『일리아스』에서는 트로이에서 일어난 전쟁과 좌절과 궁극적으로는 화해를, 『오디세이아』에서는 유연성과 통합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서 우리는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두 서사시는 두 세계의 충돌로 인해 확고부동한 원칙이 흔들렸을 때 이에 대해 응답하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이기도 하다. 개인과 공동체, 국가와 영웅,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인생은 변함없이 무한한 가치를 지닌 그 무엇인가, 아니면 그저 찰나적이고 가망 없이 무가치한 것일 뿐인가?
호메로스의 시는 또한 밀려드는 비애감, 시련과 고통이라는 존재의 본질과 맞닥뜨린 자의 필사적인 고뇌 및 죽음과 마주한 자의 쓰라림이라는 정서적 추동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 시는 무언가가 시작되는 시점에 관한 이야기며, 이처럼 곤경에 빠져 허우적대는 인간을 향한 애잔한 마음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된 동력이다. 그런 점에서 호메로스는 고전기 아테네인들에게 일종의 지침서로 사용되었다. 예컨대 위대한 남녀에 관한 이야기, 고결함이 위기에 빠진 이야기,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깊은 도전에 직면했을 때 해야만 하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로 다뤄졌다. 말하자면 호메로스는 도덕적 선택에 관한 하나의 백과사전이었던 것이다.
인생의 중반기에 들어선 저자가 『오디세이아』 구석구석에서 인생에 대한 거대한 은유의 점철을 발견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저자는 고백한다. “오디세우스는 지중해가 아니라 한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욕망을 항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들은 저 멀리 있는 창조자가 아니고 우리 안에 있는 요소들이었다. 분별력의 결핍으로 인한 무자비함, 변덕스럽고 일시적인 흥미, 무심함, 시시때때로 튀어나오는 이기심, 기만, 땅이 뒤흔들릴 정도로 쿵쿵거리며 걷는 것, 이 모든 것들이.” 그런 점에서 그는 『오디세이아』를 자신의 죽음을 관통해서 항해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 읽기도 한다. 또한 실수투성이에다 제멋대로이고 허영덩어리인 인간의 실체를 아는, 그러면서도 고결하고 진실하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자각의 한 형태를 그 안에서 발견한다.
호메로스의 의미
역사적으로 호메로스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시몬 베유는 『일리아스』가 무력을 꿈꾸는 자들의 쾌락을 대변한다는 가혹한 비평을 했고, 알렉산더 포프는 ‘『일리아스』에서 지나치게 명백히 드러나고 있는 잔혹한 정신’에 충격을 받았고, 윌리엄 블레이크는 호메로스가 유럽을 전쟁으로 황량하게 만들었다며 그를 비판했다. 계몽주의를 옹호했던 조엘 발로우는 어떻게 호메로스가 시인으로서 성공적으로 유럽을 잘못된 길로 이끌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자신의 주된 강의 주제로 삼기도 했다. 반면 괴테는 유럽이 성서가 아니라 호메로스를 경전으로 삼았더라면 전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며 그게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고, 시인 존 키츠는 자신이 처음 호메로스를 만난 충격적인 인식의 순간을 「채프먼의 호메로스를 처음으로 읽고」라는 자신의 시에 기록했다. 또한 수전 손택은 현실을 이해하는 합리적인 시선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호메로스의 암울함이 불가피하다고 고찰했다.
호메로스가 잘못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다는 점이, 미덕을 향해서 제식대로 삐뚜름하게 서 있는 특정 세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의 핵심이다. 저자는 말한다. 호메로스의 위대함은 감춰진 생생함을 폭로함에, 삶의 정수를 분명하게 드러냈음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호메로스는 그리스인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반짝거리는 빛이다. 그는 아무런 답을 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권위에 굴복해야만 하는 걸까? 스스로를 낮추는 게 옳은 일일까? 자아에 몰입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일은? 폭력을 장려해야 하는 걸까? 꼭 사랑해야 하나? 호메로스는 그런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는다. 단지 그들의 현실을 극화劇化해서 우리에게 들려준 뿐이다. 그는 바다에 떠 있는 배의 끓어오르는 활력과도 같이 생기 있고 복잡한 삶의 공기 속에서, 그리고 그가 반복해서 말하듯이 당신의 등 뒤에서 활기를 찾아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하는 찬란한 자취 속에서 숨 쉬고 있다.
■ 기타 이 책에서 논의되는 내용들
? 호메로스는 실존 인물인가? 맹인인가?
호메로스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들
?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누구의 작품인가?
이를 밝히려는 기나긴 역사적 추적들
?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세계관은 어떻게 다른가?
두 서사시의 해설과 비교
? 호메로스의 문학사적 가치에 대한 어긋난 평가
그 팽팽한 긴장과 충돌의 순간들
? 거장들에 드리워진 호메로스의 자취
상상력과 표현력의 계승
? 호메로스는 어떻게 유럽에 전파되었는가?
그 경로와 숨은 공로자들
? 『일리아스』 최초 판독본의 발견이 가져온 흥분과 파장들
그리고 오랜 논쟁의 시작
? 호메로스 번역과 오역의 역사
완벽한 번역을 위한 학자들의 노력과 비판
? 다층적인 호메로스 언어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섬, 바다, 파도, 바람, 해변, 배, 새, 말, 무덤 등의 의미와 상징
? 이야기는 무엇을 담는가?
절제된 고결함, 두려움과 욕망, 도전과 선택, 자연의 역설, 필사적인 고뇌, 현실의 비애, 죽음을 마주한 쓰라림, 이기심과 기만, 불굴의 신념, 영혼의 불덩어리 ……
? 호메로스의 의미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모든 것
“피가 끓고 내장이 꿈틀대며,
인정사정없이 앙갚음하고픈 욕망과
강렬한 운명의 힘이 요동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