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홀
위기에 빠진 비즈니스에
루이스 캐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플러스하다
이 책은 실제 비즈니스 세계에서 토끼 굴을 탈출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팁들을 30가지 주제로 나누어 제시한다.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원작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그와 함께 여러 기업들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들고 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권위적인 백과사전 편찬업체였던 브리태니커는 지금 어디로 갔는가?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스벤 뵐펠 교수는 브리태니커의 몰락을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 효과로 설명했다. 브리태니커는 세상의 변화에 맞춰 CD-ROM 사전을 출시하고 온라인 백과사전을 내놓는 등 열심히 달렸지만 세상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자체 백과사전 엔카르타를 출시하고, 이후 온라인 백과사전은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되었다. 브리태니커가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는 한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경주에서 뛰고 있었던 셈이다.
이처럼 저자는 ‘붉은 여왕의 경주’에 실패한 브리태니커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어떻게 몰락했는지, 또 문화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아마존의 유럽 진출이 어떤 난관에 부딪혔는지, 그리고 사전 테스트의 결과를 무시한 뉴 코크의 참패로 코카콜라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했는지 등 토끼 굴에 빠진 여러 기업들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위기를 극복해낸 긍정적인 사례들을 통해 과연 ‘이상한 나라’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능성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이러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이상한 나라’와 ‘거울 나라’에 들어간 앨리스의 모험을 통해 전달해준다는 것이다. 상상력의 세계와 현실 비즈니스의 세계를 접목시킨 저자의 섬세한 관찰력이 빚어낸 이 책은 마치 미로처럼 출구를 찾기 어려운 비즈니스 세계에서 믿을 만한 안내서 역할을 할 것이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앨리스의 이야기를 통해 경영 분야뿐 아니라 우리 삶의 여러 위태로운 순간들에 적지 않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