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라져야 할 곤충은 없어 - 곤충학자 김태우의 곤충 이야기
식물학자 신혜우, 과학만화가 갈로아(김도윤) 강력 추천!
곤충은 그저 징그럽기만 한, 사라져도 상관없는 존재일까?
‘메뚜기 선생님’ 곤충학자 김태우 박사가 들려주는
작지만 소중한 생명, 곤충과 함께한 나날들
곤충에 대한 인간의 시선은 부정적이거나 무관심에 가깝다. 이는 곤충 특유의 기괴한 생김새 혹은 낯선 생태적 습성에 대한 편견이거나 곤충의 종류를 해충에 한해서만 생각한 탓에 생긴 선입견이다. 우선 곤충이 주는 인상의 차이는 우리와는 근본적인 체계가 너무 다르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곤충의 이미지는 겉을 둘러싼 단단한 외골격에서 비롯된다. 외골격은 수분의 증발을 막고 외부 충격을 막을 때 가볍고 튼튼한 소재지만,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기에는 부족하다. 사람은 부드러운 피부와 털이 있는 동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곤충은 쓰다듬고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대상으로는 부적합하기에 포유류는 로드킬, 조류는 윈도우 스트라이크란 말로 억울한 죽음을 표현하지만, 곤충에겐 당연한 압사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곤충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곤충은 동식물을 먹고 사체를 분해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새나 개구리 등 더 큰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꽃가루받이를 도와 생물다양성 증진에 이바지한다. 생태 전환의 시대에 우리 인식 가까이 곤충을 두고 공존과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은 앞으로 다 같이 고민해야 할 숙제다.
‘메뚜기 선생님’으로 유명한 저자 김태우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 최초로 대규모 생물표본 수장시설을 갖춘 국립연구기관인 국립생물자원관 소속으로, 한국 곤충 연구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곤충의 매력에 빠진 이후 지금까지 오직 곤충 연구에만 매진해온 열혈 곤충학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외된 곤충에 대한 따스한 시선으로 어린 시절 만난 곤충 이야기부터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잘못 알려진 곤충에 대한 정보, 곤충 이름의 유래 및 우리가 궁금했던 곤충학자의 일상과 해외 곤충 여행기에 이르기까지 곤충에 관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자신의 체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친절하고 유쾌하게 전달한다.
집게벌레의 뜨거운 모성, 발밑에 존재하는 길앞잡이…
우리 곁에 언제나 속삭이고 있었지만 소홀히 대했던
곤충과 공존하기 위한 작은 발걸음
곤충을 ‘찐’으로 사랑하는 곤충학자는 어쩌다 곤충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을까?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 동네 야산에서 풀무치를 처음 마주한 후 ‘세상에 저렇게 큰 메뚜기가 있다니!’ 하며 놀랐고, 풀무치가 코앞에서 땅을 박차고 도망가는 모습이 마치 새가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아 이후 ‘최애’가 되면서 곤충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곤충 연구를 전공으로 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거 연구해서 어디다 쓰냐’는 말도 들었지만, 곤충의 다양한 매력이 저자를 곤충학자의 길로 인도하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를 곤충학자의 길로 이끈 다양한 곤충 이야기가 담겨 있다.
먼저 저자의 어린 시절 첫 반려곤충이었던 집게벌레는 보통 인가의 어둡고 습한 장소에서 쉽게 발견되는 곤충이다. 이들은 낮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기어 나와 여러 가지 동식물을 섭취한다. 물론 야외에 사는 종류도 있지만, 민집게벌레나 끝마디통통집게벌레, 애흰수염집게벌레 등은 집 안에 서식하는 특성을 가진 대표적인 가주성 집게벌레로 흔히 집에서 발견된다. 중학교 2학년 시절, 병에 넣어 키우며 관찰하게 된 집게벌레는 강한 생명력으로 인공적 공간에서 알도 낳고 애벌레까지 길러 내 곤충의 뜨거운 모성애를 깨닫게 해 주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당시 저자가 기록한 관찰일기를 그대로 담고 있어, 독자들도 생생하게 그때의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봄에 산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길앞잡이는 사람이 갈 길을 앞장서 안내한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으로, 해가 잘 드는 흙길 등산로에 주로 서식한다. 길앞잡이가 사는 곳은 인위적인 훼손이 적고 토양 환경이 잘 갖추어진 곳이어야 한다. 흙 위를 돌아다니는 곤충들이 있어야 길앞잡이 애벌레나 성충이 먹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점점 등산로에 사람들이 다니기 편리하도록 콘크리트나 야자 매트를 깔아 놓는 경우가 많다. 무심코 발로 밟거나 자동차로 지나다니는 이 땅 위에 작은 생명체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있음을 우리는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이처럼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곁에 다양한 종류의 곤충이 살고 있다. 어느 샌가 우리는 그들의 작은 속삭임을 소홀히 대하고 있진 않은지 다시금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 오늘부터라도 작은 발걸음을 내디뎌보는 것, 이 책이 그 작은 씨앗이 되길 저자는 소망한다.
힐링으로 불멍 대신 ‘곤멍’하는 충(蟲)만한 삶!
지구를 살리는 국내외 다양한 곤충에게서 발견한 자연의 신비
곤충을 좋아하는 곤충 동호인들은 야간 등화 채집, 즉 어두운 밤에 인공조명을 밝혀 곤충을 유인해 설치한 흰색 천막에 내려온 곤충을 관찰하는 것을 즐기는데, 이를 ‘곤멍’이라 한다고 한다. 불을 바라보며 힐링하는 ‘불멍’을 변형한 재밌는 신조어다. 저자는 여럿이 곤멍을 하면서 세상에 이 많은 곤충은 어디서 생겨난 것인지, 어쩌다 불빛에 날아왔는지, 불빛이 꺼지면 어디로 날아갈지 등을 생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가 몰랐던 곤충 애호가의 소소한 즐거움을 알게 되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또한 곤충학자의 일상다반사를 비롯해 저자가 전하는 흥미진진한 곤충 관찰 기록은 물론, 4장에서 역사 속 곤충과 관련된 인물을 등장시키고 곤충을 의인화해 쓴 대담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우리가 잘 아는 초충도로 유명한 신사임당과 서양의 신사임당격인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러브버그로 불리는 털파리와 암컷이 대다수인 대벌레를 비롯해 동서양의 다양한 곤충학자들의 대화는 우리가 몰랐던 정보를 친절하고 위트 있게 전달한다.
그리고 7장에서 네팔, 일본, 타이완, 필리핀, 영국,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마주한 다양한 곤충과 외국 곤충학자와의 협업 및 유명 박물관, 연구소 방문기는 독자들이 마치 현지에 직접 간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준다. 네팔에서 마주한 색색의 나비 군무, 일본의 등이 파란 하늘소, 타이완에서 만난 괴기 영화에 등장할 법한 커다란 바퀴, 러시아에서 실제로 처음 접하고 감격한 조선 말 개화기 표본 등 세계 속 곤충들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지구의 거대한 생태계 안에서 작은 몸뚱이로 자기 나름의 생존을 도모하는 우리 주변의 곤충들이 징그럽게만 느껴지는 것이 아닌, 대견하고 기특하게 보이는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생활 속 작은 존재들을 향한 애정과 관심이 궁극에는 인류와 지구를 위하는 길이라는 소중한 지혜도 함께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