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셀레스티나
이 작품은 신 중심 사회이던 중세가 막을 내리고 인간 중심 사회로 바뀌어 가던 시기의 산물로, 인생과 사랑과 운명과 신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하게 만든다. 당시 스페인 당국은 이단 심문소를 설치하여 조상들의 종교까지 추적하여 가톨릭 피의 순수성을 강요했는데, 이에 페르난도 데 로하스 집안 역시 가톨릭으로 개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개종한 사람에게조차도 스페인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었다. 『라 셀레스티나』 속에는 이런 전환기의 기운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 정신과 물질, 개인 가치와 사회 제도, 주인과 하인, 인간 존재와 그 본질의 투쟁과 갈등이 당시 스페인 하층 문화를 배경으로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귀족 명문가의 미남자 칼리스토는 우연히 멜리베아를 보고는 첫눈에 반하지만 멜리베아의 완강한 거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이에 칼리스토는 간교한 뚜쟁이 노파인 셀레스티나에게 중매를 청하지만 셀레스티나는 칼리스토의 두 하인을 계략에 빠뜨려 쾌락과 물욕의 노예가 되게 만든다. 마침내 멜리베아를 만난 셀레스티나는 특유의 노회한 설득력으로 멜리베아의 가슴속에 칼리스토에 대한 사랑을 지피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멜리베아는 점점 순결과 욕망 사이에서 괴로워하게 되고, 마침내 자신의 격정을 숨기지 못하고 사랑을 고백하고 만다. 이로써 첫 번째 장애물은 해결되었지만,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