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류에 휩쓸리는 생, 한곳으로 흘러드는 인연
마음속에 사막을 갖고 있는 자들의 이야기
「밤이여, 나뉘어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한국의 대표적인 중견 여성작가 정미경의 신작 장편소설. “너를 사로잡고 있는 새는 무엇인가.” 그 존재론적 질문에서 시작된 이야기이자, 참혹한 전설을 품고 있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북아프리카, 그 황홀한 땅에서 펼쳐지는 마음속에 사막을 갖고 있는 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기를 친 걸로도 모자라 자신의 아내까지 데리고 사라져버린 K를 찾아 딸 보라와 함께 모로코까지 오게 된 '승'. 한국인을 상대로 가이드 일을 하며 K의 행적을 쫓고 있던 중, 한 가게에서 기묘하고도 굉장해 보이는 물건을 발견한다. 그것을 무스타파의 가게에 맡겨두지만, 얼마 후 무스타파는 그 물건을 도둑맞았다고 한다. 설상가상 자신이 안내하는 여행객들에게 섞여든 한 여자가 사람들의 돈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마저 일어나 버린다.
큰 모래바람 한 번에 언덕의 모양이 달라져 내 안의 사막에서조차 매번 길을 잃고 마는 존재들. 온몸이 녹아버릴 듯한 뜨거운 햇빛과 길을 바꾸는 바람과 해가 지고 난 뒤의 깊은 그늘이 교차하는 곳에 서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소개
'남들은 절대 할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소설을 쓴다는 한국의 대표적인 중견 여성작가다. 서사 구조의 고전적 안정성, 미묘한 정서를 전하는 섬세한 문체, 존재와 삶을 응시하는 강렬한 시선으로 우리 문단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1960년 마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폭설」이, 2001년 《세계의 문학》 소설 부문에 「비소 여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감성과 지성, 내면과 서사의 반목을 훌륭하게 통합해 낸 『장밋빛 인생』으로 획일화된 문단에 변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을 받으며 2002년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빛과 어둠의 미학을 바탕으로, 백야의 북구, 뭉크의 그림 등 이국정취로 이끌어가는 이향적인 공간의 시학과 더불어 아이러닉한 반전 구조로 와해되어가는 천재적 우상의 초상을 제시한 「밤이여, 나뉘어라」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밤이여, 나뉘어라」는 인간 존재의 허무, 그 황량함에 대한 고백을 담고 있다. 천재의 몰락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통해 선망과 경쟁의 대상으로서 자아의 욕망이 대리 투사된 자신의 거울상인 대상의 해체로 인한 자기 환멸의 허망한 반응과 내적 붕괴감을 뛰어난 서사기법을 바탕으로 그려낸다. 인간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사랑의 감정에 대한 은밀한 성찰의 기획을 여로의 구조를 통해 뛰어나게 서사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밤이여, 나뉘어라」 외에 2008년 이효석문학상 추천 우수작인 「타인의 삶」, 2008년 황순원문학상 최종후보작 「프랑스식 세탁소」, 「번지점프를 하다」, 소설집 『나의 피투성이 연인』,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내 아들의 연인』, 장편소설『장밋빛 인생』,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등의 작품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