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바다와 섬의 작가’로 대표되는 한창훈의 신작 장편이다. 한창훈은 줄곧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소시민들의 핍진한 삶을 진솔한 이야기로 묶어, 자신만의 생생한 바다 내음 짙은 사투리를 통해 소설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런 그가『꽃의 나라』에서는 바다와 섬을 뒤로 하고, 고등학생 시절 직접 겪은 국가폭력(광주항쟁)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폭력 앞에 나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 실존의 모습을 꿈 많고 우정 짙은 고교생 소년 소녀 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 편의 우수 어린 성장소설처럼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숨 가쁘게 개인이 개인에게 행사하는 이유 없는 폭력의 현장을 파고들어간다. ‘나’가 입학한 고등학교는 전통적으로 교내폭력 문제를 안고 있던 학교였고, 아이들은 서로를 때리고 맞으며 상처받는다. 게다가 그런 폭력 속에 내던져진 아이들을 매몰차게 체벌하는 학교 선생님들이 있다. 폭력으로 물든 일상 속에서 아이들의 삶은 점점 멍들어가고, 그걸 무심히 목도하는 어른들은 폭력에 무뎌져간다.
한창훈은 이 소설을 통해 국가폭력 앞에서는 아무런 저항도, 법도, 인간 실존 자체도 다 소용없다는 비극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그런 시간을 아무 일 없이 건너온 지금, 아직도 그때의 그 죽음들이 현재까지 틈입하여 우리를, 지금 이 현실을 반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창훈은 그때, 그 죽음들을 다시 불러내어 현재를 역설한다. 그 죽음들이 머무는 흰 꽃의 나라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저자소개
1963년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 세상에 나왔다. 세상은 몇 이랑의 밭과 그것과 비슷한 수의 어선 그리고 넓고 푸른 바다로만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일곱 살에 낚시를 시작했고 아홉 살 때는 해녀였던 외할머니에게서 잠수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사십 전에는 기구할 거라는 사주팔자가 대략 들어맞는 삶을 살았다. 음악실 디제이, 트럭운전사, 커피숍 주방장, 이런저런 배의 선원, 건설현장 막노동꾼, 포장마차 사장 따위의 이력을 얻은 다음에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뒤로는 한국작가회의 관련 일을 하고 대학에서 소설 창작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수시로 거문도를 드나들었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을 타고 ‘부산―두바이’ ‘홍콩―로테르담’ 두 번의 대양 항해를 하며 근해에서만 머물렀던 답답증을 풀기도 했다. 특히 인도양과 수에즈운하 거쳐 지중해를 통과한 다음 북대서양으로 올라갔던 두번째 항해를 떠올리며 지금도 서쪽으로 눈길을 주곤 한다. 4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원고 쓰고, 이웃과 뒤섞이고, 낚시와 채집을 하며 지내고 있다.
1992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단편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바다를 배경으로 둔 변방의 삶을 소설로 써왔다. 소설집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가던 새 본다』 『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 『청춘가를 불러요』 『나는 여기가 좋다』, 장편소설 『홍합』 『열여섯의 섬』 『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꽃의 나라』, 산문집 『한창훈의 향연』 등을 썼으며, 어린이 책으로 『검은 섬의 전설』 『제주선비 구사일생 표류기』가 있다. 대산창작기금, 한겨레문학상, 제비꽃서민소설상, 허균문학작가상, 요산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