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개미 SF의 판도를 뒤엎을 폴란드 디스토피아 소설!
폴란드 SF 팬들이 스타니스와프 렘보다 더 사랑하는 작가,
계엄령이 해제된 후에야 간신히 출간된 사회적 SF 역작!
어느 날 불현듯 나타난 외계인의 공습. 그 침공을 막아주겠다며 또 다른 착한 외계인이 나타나 인류를 구원한다. 그런데 그 후 그 우호적인 외계인들은 수십 년간 모습을 한 번도 드러내지 않은 채, 달걀 모양의 비행체를 타고 다니며 인류를 지배한다. 지구의 모든 국가를 없애는 대신 구역을 정사각형으로 분할하고, 인류의 과학 발전에 대한 연구는 가로막은 채 농산물 재배에만 힘쓰게 한다. 이제 인류는 외계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전쟁에 대한 걱정도, 다른 외계인들의 침략에 대한 걱정도 없이 마치 꿀벌처럼 안전하게 살면 되는 것이다. 이제 인류에게는 유토피아가 온 것일까.
《솔라리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폴란드 SF 작가는 스타니스와프 렘. 하지만 정작 폴란드 국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SF 작가는 따로 있으니, 바로 “폴란드 사회적 SF의 아버지”로 불리는 야누쉬 자이델이다. 이 작품 《그림자로부터의 탈출》은 계엄령 직후 출간되자마자 1984년 폴란드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 ‘황금 세풀카 상’을 수상했는데, 1985년 작가 사후에는 그 상 이름마저 작가의 이름을 기려 ‘야누쉬 자이델 상’으로 바뀔 정도. 그리고 지금까지 폴란드의 SF 작가들에게 야누쉬 자이델은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 왔다.
일부 동유럽 국가에만 알려졌을 뿐, 전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폴란드 사회적 SF의 거장 야누쉬 자이델의 대표작 《그림자로부터의 탈출》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다. 작품이 집필된 지 40년이 지났지만, 일본 식민지와 군사 독재 정권, 가까이는 박근혜의 탈을 쓴 최순실 정부를 겪은 한국인들에게 폴란드 국민들의 이야기는 아주 낯선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달걀 껍데기 속에 숨은 외계인의 실체를 늦었지만, 확인해본다.
저자소개
야누쉬 자이델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태어나 평생 바르샤바에서 살았다.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중앙 방사능 연구소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작가로 데뷔한 것은 1961년이었는데 초기 자이델 작품은 핵물리학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쓴 SF답게 학문적 지식을 토대로 과학의 발전, 외계 문명과의 접촉, 우주 탐사 등을 이야기하는 이른바 하드 SF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1980년 『반 트로프 실린더』에서 전체주의적 디스토피아를 묘사하면 서 자이델은 사회적 SF 혹은 디스토피아 SF 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이 작품은 출간된 해에 폴란드 문화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78년에 집필되어 1983년에 출간된 본작 『그림자로부터의 탈출』 또한 이러한 디스토피아 SF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자로부터의 탈출』은 출간된 이듬해인 1984년 폴란드 SF 팬덤 에서 수여하는 ‘황금 세풀카 상’을 수상했는데, ‘세풀카’는 폴란드 국내외에 잘 알려진 걸출한 SF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1921~2006)의 작품에 나오는 외계 종족의 이름이다. 황금 세풀카 상은 이후 1985년을 끝으로 사라졌지만, 1984년에 별도로 새롭게 제정된 폴란드 SF 팬덤이 수여 하는 SF 문학상 이름은 자이델의 이름을 따 ‘야누쉬 A. 자이델 상’으로 명명되었다. 야누쉬 자이델 상, 혹은 줄여서 자이델 상은 현재까지도 폴란드 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권위 있는 SF 문학상이다. 폴란드 SF 팬덤에서 수여하는 SF 문학상의 이름에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SF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이름이 아니라 야누쉬 자이델의 이름이 붙여졌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야누쉬 자이델은 1985년 유작 『크시 행성에 대한 두 번째 시선』을 집필하던 중 48세의 이른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했다. 자이델은 단편 83편과 장편 8편, 그리고 핵물리학자로서 연구서 5권을 남겼다. 자이델의 SF 작품들은 폴란드 인근의 동유럽 국가들 및 독일에서는 일부 번역되어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이델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가로 남아있다. 반면에 폴란드 국내에서 자이델은 오늘날까지 큰 규모의 팬덤을 거느리고 있으며 그의 SF 작품들은 이후 폴란드의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2015년 폴란드 라디오 역사방송은 야누쉬 자이델에 대한 특집을 방송하면서 자이델이야말로 ‘폴란드 사회적 환상 소설의 아버지’라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