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소설가 박경리는 문단 데뷔 후에도 꾸준히 자신의 시들을 발표한다. 『못 떠나는 배』(지식산업사, 1988), 『도시의 고양이들』(동광, 1990), 『자유』(솔, 1994), 『우리들의 시간』(나남, 2000)과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마로니에북스, 2008)가 그것이다. 여기에 실린 시들은 시대를 관통하며 느낄 수밖에 없었던 지식인으로서의 고뇌와 소설가이기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 살아왔던 그의 삶, 그를 둘러싼 작은 일상과 폭력적인 세계에 이르기까지 박경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엿볼수 있는 귀중한 문학적 자산이다.
이번에 새로 개정·보완된 『우리들의 시간』에서는 유고시를 제외한 박경리의 시편들을 망라하였다. 시집에 수록된 시들 중 서로 중복되는 시와 유고시집에 실린 시들을 제하면 박경리의 시는 모두 129편에 이른다. 더불어 이번 개정판에는 1988년과 2000년 시집 출판 당시 작가가 썼던 서문을 함께 실었다. 1988년의 서문은 시에 대한 작가의 평소 생각과 당시 소설 『토지』의 연재와 작가를 둘러싼 정황들, 작가의식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저자소개
1927년 10월 28일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6년 진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50년 황해도 연안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1955년에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計算)」과 1956년 단편 「흑흑백백(黑黑白白)」을 『현대문학』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나왔다. 1957년부터 본격적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하여 단편 「전도(剪刀)」 「불신시대(不信時代)」 「벽지(僻地)」 등을 발표하고, 이어 1962년 장편 『김약국의 딸들』을 비롯하여 『시장과 전장』 『파시(波市)』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들을 잇달아 발표함으로써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6월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1995년에 5부로 완성된 대하소설 『토지(土地)』는, 한국 근·현대사의 전 과정에 걸쳐 여러 계층의 인간의 상이한 운명과 역사의 상관성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으로 영어·일본어·프랑스어로 번역되어 호평을 받았다. 1957년 현대문학 신인상, 1965년 한국여류문학상, 1972년 월탄문학상, 1991년 인촌상 등을 수상하였고, 1999년에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에서 주최한 20세기를 빛낸 예술인(문학)에 선정되었다.
그밖의 주요작품에 『나비와 엉겅퀴』, 『영원의 반려』, 『단층(單層)』, 『노을진 들녘』 『신교수의 부인』 등이 있고, 시집에 『못 떠나는 배』가 있다. 6·25전쟁 때 남편이 납북되었으며 시인 김지하가 사위이다.
박경리의 문학은 전반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소외문제, 낭만적 사랑에서 생명사상으로의 흐름이 그 기저를 이루고 있다. 그 생명사상이 종합적으로 드러난 작품이 바로 '토지'이다. 박경리에 의하면 '존엄성은 바로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가장 숭고한 것을 지키는 것'(파시 제1권, 131면, 1993)인데 그의 작품에서 이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생명본능 이상으로 중요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게 하는 기존의 관습과 제도 및 권력과 집단에 대한 비판, 욕망의 노예가 되어 존엄성을 상실한 인간들에 대한 멸시와 혐오는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존엄성을 상실할 때에 바로 한이 등장하는 것이며 이 한을 풀어가는 과정이 곧 박경리 문학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김은철 상지대 국문과 교수)
그녀의 대표작『토지』는 1969년부터 연재를 시작, 26년에 걸친, 4만 여장 분량의 작품으로박경리 개인에게나 한국문학에 있어서나 기념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원고지 분량에 걸맞게 6백여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시간적으로는 1897년부터 1945년까지라는 한국사회의 반세기에 걸친 기나긴 격동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동학혁명에서 외세의 침략, 신분질서의 와해, 개화와 수구, 국권 침탈, 민족운동과 독립운동, 광복에 이르기까지의 격동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종적인 축으로 하여 진주와 간도(만주), 경성, 일본 등으로 삶의 영역이 확대되고 윤씨부인과 최치수, 최서희로 이어지는 최참판댁과 연결되어 삶을 엮어가는 평사리의 주민들, 김길상이나 김환을 중심으로 한 민족운동에 투신하는 인물들, 최참판댁의 전이과정 속에서 부침하는 신지식인들 등 수백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삶이 형상화되어 있다.
지금까지 이 작품에 대한 여러 논의들, 즉 역사소설인가 아닌가가 문제시 되었다거나 농민소설로서의 면모가 부각되었다거나 총괄체 소설, 가족사 소설, 민족사 소설, 총체소설 등의 다양한 장르로 규정되어 온 것은 곧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서사구조, 다양한 층위의 세계가 중층적인 구조로 형상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문학뿐 아니라 환경과 생태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1999년 원주 오봉산 기슭에 토지문화관을 세우고, 문학과 환경문제를 다루는 계간지 <숨소리>를 창간(2003)하고,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로 엮은 환경 에세이집 『생명의 아픔』(2004)도 출간하는 등 사회와 인간을 향한 애정과 관심을 놓치 않았다. 2008년 5월5일 향년8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 한국현대문학의 영원한 고향으로 남았다. 고향인 통영에서 영원히 잠들어 있으며 대한민국 정부는 박경리의 사망 직후,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였다.
목차
1_못 떠나는 배
사마천司馬遷
뻐꾸기
대추와 꿀벌
해거름
감성感性
생각
문학
유배
정물靜物
도요새
눈먼 말
옛날
바다울음
여로1
여로2
체념
불행
꿈1
죽음
대보름
씩씩하게
춤
민들레
샤머니즘
견딜 수 없는 것
양극
조국
피
생명1
못 떠나는 배
세상
풍경1
문명
토지土地
객지
기관사
국토개발
기다림
못 떠난다
거지
비둘기
2_도시의 고양이들
환幻
밤배
서문안 고개
미친 사내
그리움
진실
판데목 갯벌
그해 여름1
그해 여름2
그해 여름3
하얀 운동화
돈암동 거리
사막
영주玲珠 오는 날 아침
새야
철쭉빛
들고양이들
도시의 고양이들
정릉의 벚나무
신산에 젖은 너이들 자유
기억
생명2
백로
매
될 법이나 한 얘긴가
배추
풍경2
살구라는 이름의 고양이
가을
촉루燭淚처럼
삶
눈꽃
나그네
시공時空
독야청청
밤 중
흐린 날
정글
지샌 밤
저승길
사랑
면무식
한밤
좁은 창문
원작료
신새벽
허상
내 모습
아침
업業
시간1
은하수 저쪽까지
꿈2
여숙旅宿
의식
축복받은 사람들
역사
오늘은 그런 세월
도깨비들
자유
그렇게들 하지 마라
쓰레기 속에서
문필가
사람1
어떤 인생
지식인
천경자千鏡子
도망
도끼도 되고 의복도 되고
낙원을 꿈꾸며
터널
시인1
세모歲暮
닭
우리들의 죄가 아니니라
거미줄 같은 것이 흔들린다
남해 금산사金山寺
사람2
3_우리들의 시간
세상을 만드신 당신께
시간2
새벽
산책
일상
강변길
시인2
차디찬 가슴
우리들의 시간
어디메쯤인가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