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 요리에 담긴 중국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民以食爲天)
네발 가진 것으로 안 먹는 것은 책상뿐이라는 것이 중국 사람들이다. 그런가 하면 이 세상에 먹을 수 없는 것으로는 하늘에 비행기, 땅에는 기차, 물에는 잠수함만이 있다고도 한다. 세계 많은 나라 사람들이 혐오하는 뱀이 중국에서는 왜 사랑받을까? 바로 중국의 의식동원(醫食同源, 의약과 음식은 뿌리가 같다)과 식보(食補, 먹는 것으로 몸을 보한다)의 음식 철학 체계 때문이다. 우리는 뱀을 특별한 보약으로 먹지만 그들은 그저 식탁위에 놓는 요리에 불과하다. 이처럼 중화요리 속에 담겨져 있는 중국인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담은 책 [중화요리에 담긴 중국]이 출간되었다.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장인 저자 고광석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식도락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고품질의 혀와 위, 예사롭지 않은 중국 고전 현대문 독해 실력, 투철한 탐험가 정신으로 무장한 그가 본업이 뒤바뀔 정도로(?) 10년 동안 중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직접 혀로 느끼고 눈으로 확인하고 밤을 지샌 대화의 산물이 이 책이다. 고광석 씨는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 중국에 살면서 허구헌 날 한국음식점에서 불고기만 대접해서는 중국인들의 미각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며 중국인에 보다 가까이 접근하고자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먹는 것은 광주'로 대표되는 광동 요리, 매운 것이 두렵지 않은 사천 요리, 해산물의 진수 상해 요리, 중국의 중심 북경 요리 등 중국 전통 4대 요리에다 사흘 동안 180가지 음식으로 주방장들을 괴롭히는 만한취엔시 같은 궁중 요리, 꿀에 발라 한 입에 쏙 먹는 새끼 쥐부터 모락모락 김이 피어 오르는 원숭이 골은 상상하기 싫지만 더 자세히 읽고 싶은 맘이 생기는 대목이다.
상대방이 차를 따라줄 때 왜 탁자 위를 톡톡 두드릴까, 일자 무식의 행상이 '돼지 고기(猪肉), 돼지 간(猪肝), 돼지 내장(猪粉腸)' 단 7 글자만으로 과거에 급제했다는 급제죽에 얽힌 사연, 광동의 통돼지 구이가 시집간 딸의 처녀 인증서 역할을 하고, 요리 하나로 나라를 얻은 중국 최초의 요리사 팽조, 양고기 국 한 사발 때문에 나라를 잃은 증산국 왕 이야기, 주입식 학습법은 오리 먹이 채워넣기식 교육이라 불리고, 덩샤오핑이 중국 최초로 유엔 총회에 참가 후 귀국길에 사온 것은 100개의 크로와상, 중국 음식점에서 아가씨를 불러놓고 물만두를 시켜서는 안된다는데 중국 곳곳 발길 닿는 곳마다 입에 대는 음식마다 사연이 없는 것이 없으니 신기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즐비하다.
우리도 흔히 쓰는 양두구육(羊頭狗肉), 토사구팽(兎死狗烹), 배중사영(杯中蛇影), 사족(蛇足), 녹사수수(鹿死誰手) 등의 사자성어에 얽힌 이야기와 쟈오쯔 먹기, 찻주전자에 쟈오쯔 끓이기, 녹피에 가로 왈자 등의 중국 현지에서 쓰이는 속담의 유래 등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자장면의 자는 기름을 듬뿍 붓고 튀기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고 깐풍기의 풍은 부글부글 끓는 기름에 넣었다 꺼내는 방식을 뜻한다고 한다. 논어만큼 어렵다는 중화요리의 이름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꼼꼼함과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 칼라 화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책의 어디를 펼쳐도 요리 속에 담긴 대륙의 역사와 문화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