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디에
소설 "삶은 어디에"는 1997년 북한사회를 휩쓴 '고난의 행군' 당시의 처절한 북한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소설화한 작품입니다. 소위 선군정치라는 군부집권의 가혹한 독재치하에서 세상 유래없는 굶주림으로 죽지 못해 살아온 북 주민들의 생활을 그 일부나마 사실 그대로를 그리면서 나는 흐르는 눈물을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당시 북한 내부 실상은 돌아보면 볼수록 깊은 한숨과 함께 회한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황량한 파괴의 빈터였습니다. 전국 어디를 돌아보나 숨죽은 공장들과 비료가 없어 초들초들 말라가는 농토를 바라보노라면 내가 사는 내 나라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가 하는 회한에 가슴 두드리고 땅을 치지 않는 사람은 정말로 없었습니다. 어디가나 먹을 것을 찾아 풀을 뜯고 나무껍질을 벗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길가엔 주림을 못 이겨 죽은 사람들로 지저분했습니다. 죽음 그 자체가 별로 슬프지 않고 평범한 일상처럼 함께 동조하는 그런 현장이 바로 북한사회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언론매체를 전부 동원해 세상에서 가장 살기좋은 나라, 가장 우월한 우리식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선전했고 바로 이런 으뜸의 나라를 건설한 것은 다름아닌 우리의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가 계셨기 때문이라고 외치고 또 외쳤습니다. 정말 인두껍을 쓴 야비한 무리들의 철면피한 행위를 두고 주민들치고 격분에 치를 떨지 않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도시의 아파트 집들에 난방이 보장되지 않아 철판을 우그려 만든 난로를 들여놓고 시커먼 연통을 창문마다 죽죽 뽑아놓고 주어온 짚 검불을 때며 난로 위에서 멀건 죽물이나마 우려내면서 배고파 애처롭게 쳐다보는 어린 자식들의 맥 풀린 눈길을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오늘의 이 행복을 가져다주신 어버이 장군님을 천세만세 길이 받들어 모시자고 목에 핏대를 일구며 외쳐대는 이자들을 과연 뭐라고 불러야 옳단 말입니까. 옛 글에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고 씌어 있습니다. 인민을 권좌의 도구로 여기고 더러운 욕망을 채우는 부리기 쉬운 노예로 보지 않고서야 어찌 이처럼 철면피한 짓을 응당한 것처럼 아무 거리낌없이 자행할 수 있단 말입니까. 타고 앉은 권좌를 평생의 필수품으로 여기는 더러운 자들로 묶여진 세력이 바로 북한 위정자들임을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폭력으로 국가를 움직이는 북한 통치자들의 속성을 이 책을 통해 읽으시기를 권장합니다.
그와함께 그 속에서 마지막 피를 토하며 죽어간 억울한 희생자들을 부디 잊지 말아 주십시오.
아울러 이 소설이 세상에 나가도록 아낌없이 후원해준 글도(전 아이엘앤피) 출판사 사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