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진정 사랑할 줄 알았던 한 사람이 남긴 삶의 흔적들
7년 전 우리 곁을 떠나간 법정 스님의 알려지지 않은 발자취, 타 종교와 두루 교류했던 이야기, 지인과 도반들에게 보낸 편지와 선시를 손 글씨와 함께 엮은 책이다. 속가에서도, 불가에서도 법정 스님의 조카뻘이 되는 인연으로 인해 법정 스님을 가까이에서 지켰던 현장 스님이 엮었다. 그동안 일부만 알려져 있던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축성 100주년 기념 강론 전문을 실었으며, 현장 스님이 법정 스님의 종교 교류 활동을 조사하던 중 드러난 몇 가지 감동적인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특히 붓으로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스님의 편지에서는 지인들의 일상을 보듬는 따뜻한 마음이 묻어난다. 어른이 사라져버린 오늘날의 세태 속에 ‘마지막 어른’으로 기억되는 법정 스님을 더욱 그립게 만드는 책이다.
법정 스님은 생전에 붓으로 글씨 쓰는 것을 즐겼다. 법정 스님은 이 붓글씨 쓰는 것을 스스로 ‘붓장난’, ‘먹장난’이라 불렀는데, 지인과 도반들에게 편지나 연하장을 보낼 때면 정성스레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글을 보내고는 했다. 전기도 물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수도하는 산승에게 지인들과 함께한 시간 동안 쌓인 정은 끝까지 버리지 못한 마지막 것이었으며 그들의 안부를 묻는 ‘붓장난’은 유일한 낙이었으리라.
이 책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에 나타나는 최초의 편지는 이 책의 엮은이인 현장 스님이 출가하기 전이었던 1974년의 것이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현장 스님에게 법정 스님은 출가수도자의 올바른 자세를 전하고 훌륭한 수도자가 되기 위해서 공부에 매진할 것을 당부한다. 출가하고자 하는 조카의 의지를 염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묻어난다. 이 편지는 그동안 현장 스님이 스스로를 경책하는 뜻으로 가끔 꺼내 보던 것을 편지를 받은 지 42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목차
책을 시작하며
우리가 선택해야 할 맑은 가난
: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강론
가난을 배우라|얼마나 친절했느냐, 얼마나 따뜻했느냐?|필요와 욕망의 차이를 가릴 줄 알아야 합니다|욕심은 부리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입니다|순례자처럼 나그네처럼 길을 가십시오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법정 스님의 종교 교류 활동
자신의 믿음에는 신념을, 타인의 믿음에는 존중을|종교를 바꿀 생각은 하지 마라|호 하나 없는 비구승|길상사의 마리아 관음이 보여 주는 커다란 어울림|성당의 제대 앞에 선 승려|참된 종교의 역할
산이 나를 에워싸고 밭이나 갈면서 살아라 한다
: 법정 스님이 애송한 짧은 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나 한 칸, 달 한 칸, 청풍에게도 한 칸|산과 물을 벗하면|달그림자 뜰을 쓸어도|자신의 존재를 위해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한 몸이 가고 오는 것은|세 가지 적어야 할 것|흰 구름 걷히면|사랑이란 이런 것|더우면 꽃피고|임은 내게|둥근 달 건져가시오|그 주인 어디에|항상 새롭게|차를 마시며|척박한 환경이 우리를 단단하게 한다네|홀로 마시는 차|과일을 먹을 때는|산이 나에게 이르는 말|소박한 하루|향기가 나는 사람|삼귀오계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매일 피어나는 꽃처럼
: 법정 스님의 편지
죽음은 차원을 옮겨가는 여행 같은 것|먼저 너의 눈을 뜨라|한겨울 오두막에서|보내 주신 정 잘 마시겠습니다|부질없는 생각만 두지 않으면|날마다 좋은 날 이루십시오|겨울이 깊어 가다|홀로 지내는 시간|탈속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릇들|군불 지피고 차 한 잔 마시며 창가에 앉아|세상 살아가는 도리|자기 마음이 곧 진불임을 믿으세요|어린이의 마음이 천국일세|가을이 선명히 다가서네|겨울과 산, 나를 들여다보는 시공간|연락 없이 떠나와|외떨어져 사니 근심 걱정이 없네|지혜는 곧 행동입니다|이웃을 부처님으로 여기십시오|주님이 가꾸시는 마음 정원|고통 속에 주님의 말씀이 있습니다|불일암의 고요한 뜰이 그립습니다|산은 성큼 한겨울입니다|우리 만난 지 오래됐어요|날이 날마다 좋은 날 맞으십시오|산승의 편지|스님, 연꽃으로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