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락사스
『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주원규 작가의 전자책 문법 실험!
『아나락사스』는 주원규 작가의 작품 최초로 전자책 단독출간한 작품으로, 작가는 낯선 제목과 함께 ‘과잉 욕구와 거식’이라는 소재를 택했다.
아나락사스 anaraxas(αναλαξας)란 ‘비좁아지는’, ‘점점 더 무너져가는’, ‘거부하는’, ‘몰락하는’이라는 뜻을 가진 헬라어 ανα와 λαξας를 저자가 조합한 합성어다. 제목에 담긴 어두운 이미지에 걸맞게 우리는 풍요로움에 중독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타인의 욕망을 억압하고, 스스로 욕망을 충족할 길이 없어 자신의 다른 욕망을 극단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작품 속 문제적 인간인 루는 자신을 차라투스트라라고 주장하며 온갖 엽기적인 행태를 보이며 살아간다. 마리는 그의 곁에서 비정상적인 사랑을 받으며 반려동물처럼 살고, 나와 철규 역시 루에게 기생한다. 루에게서 이득을 취하는 대신 그의 엽기적 취향에 봉사하거나, 최소한 침묵한다. 모든 인물은 저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결핍을 똑바로 보지 않은 채 흘러가는 것이다.
작가는 이야기를 과감하게 생략하며 빠르게 서사를 전개하고 있다. 그 덕분에 속도감 있는 이야기가 펜트하우스라는 공간으로 집중되면서, 마치 독자가 영화의 인상적인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